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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운다’는 말을 아시나요? 고생하는‘백의의 전사’ 간호사들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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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장 작성일06-05-09 00:00 조회4,6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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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종합면)
‘태운다’는 말을 아시나요? 고생하는‘백의의 전사’ 간호사들

최근 전남대 병원 간호사 두 명이 의사와 수간호사로부터 비인격적인 모독을 당한 것을 비관해 자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다수의 간호사들은 평소 의사나 중간 관리자로부터 언어폭력과 인격 모독으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3일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전남대 병원 사건은 병원 노동자들의 비인격적 대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백의의 천사’들의 고통은 이뿐 만이 아니었다. 의사와 수간호사 뿐 아니라 선배나 동료들로부터도 ‘태움을 당했다’(괴롭힘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태운다’는 용어가 흔히 사용되는데 이는 ‘괴롭히고 못살게 군다’,소위 ‘갈구다’라는 뜻의 은어다. 군대에서 하급자들이 고약한 고참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듯이 간호사들도 일을 잘못하거나 실수를 하면 선배들로부터 태움을 당한다.


◇나이트 첫 근무 실수했는데 “죽여버리겠다”는 말 들어


지난달 부터 모 대학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신입 간호사 A씨는 “나이트 첫 근무시 실수를 했다가 선배로부터 ‘죽여버리겠다’는 단어를 수차례 들었다”면서 “평상시에는 등을 세게 맞는데 일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A씨는 간호대 재학 시절부터 무서운 군기를 체험했다고 한다.

A씨는 “1학년때 수련회를 갔는데 비오는 날 계속 뛰고 심지어 어깨동무를 한 상태에서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다”면서 “후배들은 선배 앞에서 무릎꿇고 앉아야 하고 선배들 방에 찾아가서는 무릎 꿇은 채로 술을 마셨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전남대 병원 간호사 자살 기사를 보며 ‘터질게 터졌구나’싶었다”면서 “대학병원이 태우는 정도가 더 심한 것 같고 선배들은 ‘자신도 당했으니 후배들도 당연히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질적 병폐가 없어지지 않는것같다”고 덧붙였다.

모 종합병원 중환자실 8년차 간호사 아내를 둔 B씨도 ‘태운다’는 말을 아내로부터 처음 들었다고 한다.
B씨는 “퇴근하고 데리러 가거나 집에서 이야기를 듣다보면 답답할 때가 많았다”면서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적응 못하는 신입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태움을 당하고 하루종일 울다 못해 밥 먹으면서까지 운다더라”고 전했다.

B씨는 또 “군대 다녀온 남자들은 별거 아닐 수 있겠지만 여자들이 감당하기엔 힘들어보인다”면서 “다독거려가며 일하기도 힘든데 서로 괴롭히면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태움 당할 때는 죽고 싶다는 생각도”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를 겪었다는 글이 빗발치고 있다.

간호사 출신이라는 한 네티즌은 “그 놈의 ‘태우기’ 때문에 죽을 것 같아 3개월 일한 뒤 나왔다”면서 “더 이상 미련도 없고 대학에서 코피나게 공부했다는 사실이 한심할 뿐”이라고 말했다.

간호사 출신 또 다른 네티즌도 “여자들만 있는 집단이 그렇게 무서운 곳일 줄 몰랐다”면서 “환자에게 치이는데 직장 동료에게까지 당하니 퇴근할 때면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 죽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이외에 “간호대 시절 비오는 날 진흙탕에서 구르기도 했다”,“나이트 근무할 때 야식을 사가지 않으면 왕따를 당했다”는 글도 있었다. 심지어 어느 네티즌은 “간호사들은 ‘백의의 천사’가 아니라 ‘백의의 전사’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반면 “간호사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만큼 혹독한 훈련을 거칠 필요가 있다”,“모든 병원이 그렇지는 않다”고 반박하는 의견도 있었다. 모 대학병원 3년차 간호사는 “다른 곳에 비해 군기가 세다는 생각은 들지만 인격적으로 모욕당한 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생명 다루는 긴장감,열악한 환경으로 고생하는 백의의 천사들


한편 의료 관련 관계자들은 “일부 사례를 보고 일반적 현상이라고 결론지어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남대 사건은 극단적인 예이며 ‘태운다’는 사례도 객관적인 데이터로 나온 바가 없기 때문에 일반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 모 대학병원 노조 관계자도 “병원,병동마다 차이가 있지만 요즘은 예전과 달리 태우는 일이 많이 없어졌다”면서 “오히려 의사와 간호사간에 발생하는 병폐가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왜 일부에서는 아직까지 태우는 병폐가 사라지지 않고 있을까.

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사들의 긴장이 풀리면 환자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므로 병원에는 늘 긴장감이 감돌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긴박한 조직인 만큼 상하 관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태우기 문화가 이미 관습화됐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대한간호협회 또다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자성의 목소리도 있지만 아직까지 지나친 경우들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열악한 인력난도 원인을 제공한다는 지적이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미국 등 외국은 우리 나라와 달리 간호사 업무가 체계적으로 분업돼있어 이 같은 병폐가 없다”면서 “우리 나라는 큰 병원은 1:6,즉 간호사 한 사람당 20병상을 돌보는 등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4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05년도 의료기관 평가’에 따르면 260∼500병상 79개 종합병원 중 대형 8개소(22.3%),중소형 28개소(60.5%)등 총 36개 병원이 법적 간호사 정원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 나라 종합병원 중 거의 절반이 간호사의 법적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진희 기자 ji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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